AI, 미래를 읽다: '예측적 거버넌스'와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

AI, 미래를 읽다: '예측적 거버넌스'와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

2026. 1. 20. 07:00과학/IT

1. 복합 위기 시대, 예측적 거버넌스의 새로운 지평

21세기의 현대 사회는 단일한 위기가 아닌, 기후 변화, 지정학적 갈등, 공급망 붕괴, 기술적 파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복합 위기(Polycrisis)'의 시대로 정의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형적인 추세를 연장하여 미래를 전망하는 전통적인 예측(Forecasting) 방법론은 그 유효성을 급격히 상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불확실성을 고려하여 복수의 미래 시나리오를 탐색하고, 현재의 전략적 의사결정을 최적화하여 조직과 국가의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강화하는 '전략적 미래예측(Strategic Foresight)'이 핵심적인 생존 역량으로 부상하였다.

 

특히 생성형 AI(Generative AI)와 거대 언어 모델(LLM)의 비약적인 발전은 이 전략적 미래예측 분야에 근본적인 변혁을 예고하고 있다. AI는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인간이 감지하기 어려운 미약한 신호(Weak Signals)를 포착하고,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생성함으로써 '예측적 거버넌스(Anticipatory Governance)'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공동 발간한 2025년 백서 『전략적 미래예측에서의 AI: 예측적 거버넌스의 재편(AI in Strategic Foresight: Reshaping Anticipatory Governance)』은 이러한 기술적 변곡점에서 전 세계 전문가들의 인식과 활용 실태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중요한 문헌이다. 본 블로그는 해당 백서의 핵심 내용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공공 및 산업 부문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나아가 한국이 AI 기반의 미래예측 역량을 확보하여 글로벌 선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정책적, 산업적 시사점을 구체적이고 심층적으로 제언하고자 한다.

2. WEF 백서 심층 분석: 전략적 미래예측의 AI 전환 실태와 글로벌 트렌드

WEF와 OECD가 55개국 167명의 미래예측 전문가를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는 현재 미래예측 분야가 AI 도입의 과도기를 지나 실질적인 적용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2.1. AI 도입 현황과 섹터별 격차 분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약 3분의 2가 이미 업무에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 이는 AI가 단순한 실험적 도구를 넘어, 환경 스캐닝(Horizon Scanning), 트렌드 분석, 시나리오 개발 등 미래예측의 핵심 프로세스에 깊숙이 침투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도입 양상은 섹터별로 뚜렷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표 1] 섹터별 AI 기술 보유에 대한 자신감 비교

섹터 구분 AI 기술 보유 긍정 응답률
(Agree/Strongly Agree)
분석 및 시사점
민간 부문 (Private Sector) 93% 압도적으로 높은 자신감을 보임. 시장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AI 도구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내재화하고 있음.
학계 (Academia) 59% 연구 목적의 활용이 주를 이루나, 실무 적용 속도는 민간에 비해 다소 느림.
시민사회 (Civil Society) 57% 자원 부족 및 접근성 문제로 인해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음.
공공 부문 (Public Sector) 53%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 데이터 보안 규제, 예산 제약, 보수적 조직 문화 등이 AI 도입의 주요 장벽으로 작용함.

출처: WEF White Paper (2025) 재구성

 

위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 간의 'AI 효능감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민간 기업들이 AI를 통해 전략적 민첩성을 확보해 나가는 반면, 공공 부문은 낮은 AI 리터러시와 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기술적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향후 국가 차원의 위기 대응 능력에 있어 공공과 민간의 비대칭성을 심화시킬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2.2. 미래예측 프로세스 내 AI의 역할과 성숙도 모델

WEF 백서는 AI가 미래예측 워크플로우에 통합되는 수준을 세 가지 성숙도 단계로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다.1

1단계: 분석 증강 (Analysis Augmentation)

대다수의 실무자가 현재 머물러 있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AI는 주로 효율성 제고를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

  • 주요 기능: 방대한 문헌 검토 자동화, 뉴스 및 소셜 미디어 데이터 요약, 초기 트렌드 신호 탐지.
  • 가치: 인간 전문가가 노동 집약적인 데이터 처리 업무에서 해방되어, 더 높은 수준의 해석과 전략적 판단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준다. 응답자의 39%가 '시간 효율성'을 AI의 최대 장점으로 꼽은 것은 이를 방증한다.

2단계: 창의적 스파링 파트너 (Creative Sparring Partner)

일부 선도적인 그룹에서 나타나는 활용 형태이다. AI는 단순한 분석을 넘어 아이디어 발산과 검증의 주체로 참여한다.

  • 주요 기능: 대안적 미래 시나리오 생성, 기존의 지배적 사고방식(Mental Frame)에 대한 도전(Red Teaming), 아이디어의 스트레스 테스트(Wind-tunnelling).
  • 가치: 인간의 인지적 편향(Bias)을 보완하고, 상상력의 범위를 확장하여 '생각하지 못한 것(Unthinkable)'을 사고할 수 있게 돕는다. 이는 맹점(Blind Spot)을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3단계: 워크플로우 통합 및 맞춤화 (Integrated and Customized Workflow)

가장 진보된 단계로, 극소수의 조직만이 이 수준에 도달해 있다.

  • 주요 기능: 조직의 고유한 데이터와 방법론에 최적화된 맞춤형 AI 모델(Customized Model) 개발, 시스템 매핑(System Mapping) 자동화, 복잡계 시뮬레이션 및 실시간 모니터링.
  • 가치: 미래예측이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닌, 조직의 상시적인 운영 시스템으로 내재화된다. API를 통해 외부 데이터와 내부 의사결정 시스템을 연결하여 실시간 대응 체계를 구축한다.

2.3. 주요 리스크 및 도전 과제

AI의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1. 신뢰성과 환각(Hallucination): 응답자의 30%가 AI 생성물의 품질과 신뢰성을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AI가 그럴듯하지만 사실이 아닌 정보를 생성하거나,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하여 왜곡된 미래상을 제시할 위험이 상존한다.
  2. 귀납적 추론의 한계: AI는 기본적으로 과거의 데이터에 기반하여 학습하므로, 과거에 전례가 없는 진정한 의미의 '블랙 스완'이나 급진적인 변화를 예측하는 데에는 구조적인 한계를 가진다. 이는 AI가 인간의 직관과 상상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3. 데이터 보안 및 윤리: 특히 공공 부문에서 두드러지는 문제로, 민감한 내부 데이터를 AI 모델에 입력하는 것에 대한 보안 우려와 저작권, 개인정보 보호 등 윤리적 가이드라인의 부재가 AI 도입을 가로막고 있다. 설문 결과, AI를 사용하는 전문가 중 27%만이 소속 조직에 공식적인 윤리 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고 응답했다.

3. 대한민국 정책적 관점 분석: AI 기본법과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현주소

WEF 백서가 지적한 글로벌 과제들은 대한민국 정책 환경에서도 고스란히, 때로는 더욱 첨예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 정부는 'AI G3(주요 3개국)' 도약을 목표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나, 규제와 진흥 사이의 딜레마, 데이터 칸막이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3.1. 'AI 기본법' 제정과 규제 패러다임의 충돌

대한민국 국회는 2025년 시행을 목표로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AI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2 이 법안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제정되는 포괄적 AI 법률로서, 국가적 차원의 AI 거버넌스를 정립한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표 2] 한국 AI 기본법 vs EU AI Act 비교 분석

구분 한국 AI 기본법 EU AI Act (2024 발효) 시사점
규제 철학 우선 허용, 사후 규제 (진흥 중심) 사전 예방적 규제 (안전 중심) 한국은 산업 육성에 방점을 두어 혁신을 장려하려는 의도가 강함.
위험 분류 '고영향 AI' (High-Impact AI) 개념 도입 4단계 위험 분류 (금지, 고위험, 제한적 위험, 저위험) 한국의 '고영향 AI' 정의가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음.3
주요 의무 고영향 AI 사업자에 대한 신뢰성 확보 조치 및 통지 의무 고위험 AI에 대한 적합성 평가(Conformity Assessment), 데이터 거버넌스 등 강력한 의무 EU의 규제는 기업 비용을 증가시키나 명확성을 제공하는 반면, 한국은 시행령 위임이 많아 예측 가능성이 낮을 수 있음.
처벌 시정명령 및 과태료 중심 전 세계 매출액의 최대 7% 과징금 한국의 제재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아 실효성 논란 존재.

 

정책적 함의:

한국의 AI 기본법은 혁신 친화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나, '고영향 AI'의 정의가 불분명하여 기업들의 컴플라이언스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WEF 백서에서 강조한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행령 단계에서 고영향 AI의 기준(예: 채용, 대출, 의료, 에너지 등 국민의 권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을 구체화하고, 이에 대한 설명 가능성(XAI) 요구 사항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3.2. 디지털 플랫폼 정부와 공공 데이터 활용의 병목 현상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DPG)'는 모든 데이터를 연결하여 과학적 행정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행정안전부는 2030년까지 공직 내부 AI 전문가 'AI 챔피언' 2만 명을 양성하고, 전 직원의 AI 리터러시를 강화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장벽은 '망 분리(Network Separation)' 정책이다.

  • 현황: 보안을 이유로 공공 행정망(내부망)과 인터넷망(외부망)이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어, 공무원들이 업무 PC에서 ChatGPT나 Claude와 같은 민간의 최신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다.
  • 변화의 움직임: 최근 금융위원회가 금융권 망 분리 규제를 완화하여 생성형 AI 활용을 허용하는 로드맵을 발표했으며, 국가정보원도 다층 보안 체계(MLS) 도입을 통해 보안 등급에 따른 차등적 망 분리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 미래예측 관점의 한계: WEF 보고서에서 공공 부문의 AI 효능감이 53%로 가장 낮게 나타난 원인은 이러한 구조적 제약에 기인한다. 공무원들이 AI를 활용해 정책 시뮬레이션을 하려 해도, 데이터 반출이 어렵고 최신 도구 접근이 불가능하여 '분석 증강' 단계조차 진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3.3. 국책 연구기관의 AI 기반 미래예측 시도와 한계

국내 국책 연구기관들은 AI를 미래예측에 접목하려는 선도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 국회미래연구원(NAFI):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2050년 대한민국 미래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있다. '테크노크라시 주도 신뢰사회', '협동적 다원주의 사회', '각자도생 사회' 등 4가지 시나리오를 개발하여 입법 전략 수립에 활용하고자 한다. 또한, 딥페이크와 AI 교과서 등 현안에 대한 미래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 KISTEP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과학기술예측조사에 AI 기반의 '호라이즌 스캐닝' 시스템을 도입하여 미래 유망 기술을 발굴하고 있다. 텍스트 마이닝과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기술 트렌드의 확산 패턴을 예측하고, 델파이 조사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 한국행정연구원: 데이터 기반의 미래예측 및 정책 지원 모형을 개발하고 있으며, NRC 데이터정보시스템을 통해 빅데이터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한계점: 이러한 연구들은 방법론적으로는 진보했으나, 실제 정책 입안 과정(Policy Making)에 유기적으로 통합되지 못하고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또한, 각 기관별로 데이터가 파편화되어 있어 국가 차원의 통합적인 미래 전략 플랫폼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4. 대한민국 산업적 관점 분석: 기업의 AI 전략과 시나리오 플래닝

한국의 민간 기업, 특히 글로벌 대기업들은 WEF 모델의 '레벨 3(워크플로우 통합)'을 지향하며 AI를 경영 전략의 핵심 도구로 내재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4.1. 삼성전자: 초거대 AI 기반의 전사적 혁신

삼성전자는 'AI Driven Company'를 선언하고, 반도체(DS)부터 모바일(DX)까지 전 사업부에 AI를 도입하고 있다.

  • 자체 AI 모델 '삼성 가우스(Gauss)': 외부 생성형 AI 의존도를 줄이고 데이터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LLM이다. 이를 통해 사내 코딩 지원, 이메일 작성 등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 반도체 수율 및 시장 예측: DS 부문은 AI를 활용해 복잡한 반도체 공정 데이터를 분석하여 수율을 예측하고, 글로벌 시장의 수요 변동성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변동 주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 OpenAI와의 파트너십: 최근 Open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AI 반도체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으며, 이는 하드웨어 제조사를 넘어 AI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미래 전략의 일환이다.

4.2. LG 그룹: '엑사원(EXAONE)'을 통한 전문적 미래 탐색

LG AI연구원이 개발한 '엑사원'은 산업 현장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문가형 AI(Expert AI)'를 지향한다.

  • 신소재 및 신약 개발: 엑사원은 화학 논문과 특허 데이터를 학습하여 새로운 배터리 소재나 신약 후보 물질을 탐색하는 데 활용된다. 이는 R&D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는 전략적 도구이다.
  • 금융 시장 예측: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과 협력하여 '엑사원' 기반의 금융 시장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AI 에이전트(저널리스트, 이코노미스트, 애널리스트)들이 협업하여 거시 경제 지표와 기업 뉴스를 분석하고 시장 흐름을 예측한다. 이는 AI가 내부 효율화를 넘어 외부 환경 분석 및 전략 수립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사례다.

4.3. SK 그룹: 시나리오 플래닝의 AI 고도화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주도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경영의 핵심 도구로 활용해 온 전통이 있다.

  • 마켓 포캐스팅(Market Forecasting) 시스템: SK하이닉스는 AI 기반의 시장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여 공급망 리스크와 수요 변동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이는 과거 인간의 직관에 의존하던 시나리오 플래닝을 데이터 기반의 정량적 분석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 SK경영경제연구소 등은 AI를 활용해 미중 갈등,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고, 이에 따른 계열사별 대응 전략(Contingency Plan)을 수립한다.

4.4. 현대차그룹: 디지털 트윈과 GSO의 미래 전략

현대차그룹의 GSO(Global Strategy Office)는 모빌리티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기 위해 AI를 적극 활용한다.

  • 디지털 트윈 & NVIDIA 협력: NVIDIA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가상 공간에 공장과 도시 환경을 복제(Omniverse)하고, 자율주행 및 로보틱스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한다. 이는 물리적 리스크 없이 다양한 미래 상황을 테스트(Wind-tunnelling)할 수 있게 해 준다.
  • 피지컬 AI (Physical AI): 로보틱스와 AI를 결합하여 제조 현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미래형 스마트 팩토리(HMGICS)를 구축하여 맞춤형 생산 체계를 확립하고 있다.

5. 종합 비교 분석 및 갭(Gap) 분석

구분 글로벌 트렌드 (WEF/OECD) 대한민국 현황 (Korea) Gap & Challenge
AI 도입 성숙도 분석 증강 → 스파링 파트너 → 통합 단계로 진화 중. 대기업은 '통합' 단계 진입 시도, 공공/중소기업은 '도입 전' 또는 초기 단계. 산업 내, 공공-민간 간 양극화(Polarization) 심화.
거버넌스 책임성, 투명성 중심의 규제 논의 활발 (EU AI Act 등). '진흥' 위주의 AI 기본법 추진 중이나, '고영향 AI' 정의 모호. 규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기업의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상존.
데이터
접근성
데이터 공유 및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PET) 활용. 강력한 망 분리 정책으로 공공 데이터와 민간 AI의 결합 저해. 공공 데이터의 가치를 실현하지 못하는 구조적 병목.
활용 목적 시나리오 개발, 시스템 매핑 등 전략적 도구. R&D 효율화, 생산성 향상 등 기능적 도구 중심 (대기업 제외). AI를 전략적 의사결정(C-level)의 파트너로 격상시킬 필요.

6. 정책적 시사점 (Policy Implications)

대한민국이 AI 기반의 예측적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 전환이 시급하다.

6.1. 공공 부문 'AI 안전 샌드박스' 및 망 분리 유연화

공무원들이 보안 규제 때문에 민간의 첨단 AI 도구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 제언: 행정망과 분리된 별도의 '정책 분석용 AI 클라우드 존(Sandbox)'을 구축해야 한다. 이곳에서는 민감 정보를 제거한 정책 데이터를 민간의 최신 LLM(GPT-5, HyperCLOVA X 등)과 연동하여 자유롭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금융권의 망 분리 완화 사례를 공공 정책 연구 부서에 우선적으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

6.2. '고영향 AI' 가이드라인의 구체화 및 예측 가능성 제고

AI 기본법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기업 투자가 활성화된다.

  • 제언: '고영향 AI'의 범위를 국민의 안전, 기본권, 필수 서비스(의료, 에너지, 교통)에 직결된 분야로 명확히 한정하고, 구체적인 예시(Positive/Negative List)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배포해야 한다. 또한,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하면서도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한국형 설명 가능한 AI(K-XAI) 인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6.3. 범국가적 '미래 전략 AI 통합 플랫폼' 구축

부처별로 산재된 예측 모델을 통합하여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 제언: 기획재정부(중장기전략), 과기정통부(기술예측), 행정안전부(재난안전), 국회미래연구원(사회변화)의 데이터를 연동하는 '국가 미래 전략 데이터 허브'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구 절벽이 연금에 미치는 영향, 기후 위기가 산업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 등 복합적인(Cross-domain) 시나리오를 AI로 분석하고, 국무회의 등 최고 의사결정 기구에 실시간 대시보드 형태로 제공해야 한다.

6.4. 전 공무원의 'AI 활용 전략가' 양성

단순한 AI 툴 사용법 교육(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넘어, 비판적 사고와 전략적 활용 능력을 길러야 한다.

  • 제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의 커리큘럼을 개편하여, AI가 생성한 시나리오의 편향성을 검증하고, AI와 협업하여 정책 대안을 도출하는 'AI 기반 정책 디자인' 과정을 필수화해야 한다. WEF가 강조한 'AI 리터러시'는 기술적 이해를 넘어선 '맥락적 지능(Contextual Intelligence)' 함양을 의미함을 명심해야 한다.

7. 산업적 시사점 (Industrial Implications)

기업들은 AI를 단순한 효율화 도구가 아닌, 불확실성을 헤쳐나가는 나침반으로 활용해야 한다.

7.1. 시나리오 플래닝의 일상화 및 '상시적 위기 감지 시스템' 구축

  • 제언: 기업들은 1년에 한 번 하는 전략 회의가 아니라,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24시간 시장 환경을 모니터링하는 '상시적 시나리오 플래닝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LG의 엑사원 기반 시장 예측 모델처럼, 뉴스, 원자재 가격, 경쟁사 동향, 지정학적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경영진에게 '조기 경보(Early Warning)'를 제공하는 맞춤형 AI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7.2. 대기업-중소기업 간 'AI 데이터 동맹' 및 상생 모델

대기업과 협력사 간의 AI 역량 격차는 전체 공급망의 리스크가 된다.

  • 제언: 대기업이 보유한 비경쟁 영역의 산업 데이터나 공급망 데이터를 익명화하여 중소 협력사와 공유하는 '산업 데이터 스페이스'를 조성해야 한다. 또한, 정부의 AI 바우처 사업을 확대하여 중소기업이 SaaS 형태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도구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산업 생태계 전체의 예측 역량을 상향 평준화해야 한다.

7.3. '인간-AI 협업(Human-in-the-loop)' 거버넌스 확립

AI의 환각과 오류 가능성을 통제하기 위한 인간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 제언: AI의 제안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인간 전문가가 이를 검증하고 윤리적/전략적 판단을 더하는 프로세스를 명문화해야 한다. 기업 내에 'AI 윤리 위원회' 또는 'AI 거버넌스 오피스'를 설치하여, AI가 생성한 전략 시나리오의 타당성을 최종적으로 검토하는 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

8. 결론

WEF와 OECD의 백서가 시사하듯, AI는 전략적 미래예측의 '게임 체인저'로서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확장하고 예측의 정확도와 속도를 혁신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와 역동적인 민간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어 이러한 변화를 선도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그러나 현재의 경직된 망 분리 규제, 모호한 AI 법제, 공공과 민간의 역량 격차는 우리가 '예측적 국가(Anticipatory State)'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제는 하드웨어 중심의 'AI 인프라 강국'을 넘어, 데이터가 자유롭게 흐르고 AI가 전략적 의사결정의 핵심 파트너로 기능하는 'AI 소프트파워 강국'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공공 부문은 과감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데이터의 빗장을 풀고, 민간 부문은 AI를 경영의 두뇌로 내재화하며, 정부는 이 둘을 연결하는 생태계 조성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인간의 통찰력과 AI의 연산 능력이 결합된 '협력적 지성(Collaborative Intelligence)'만이 다가오는 복합 위기의 파고를 넘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 될 것이다.